"우리는 죽은 자들 속에서 에우리디케를 불러올 수 있을지 몰라도, 그녀에게 대답을 들을 수는 없다. 돌아서서 그녀를 쳐다보면 그녀는 잠깐 모습을 보이지만 어느새 우리 손아귀를 빠져 나가 사라져버린다."

"과거는 위대한 암흑이요, 메아리로 가득 차있다. 때때로 그 속에서 목소리들은 우리를 찾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그들이 온 세상의 어둠에 흡수되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우리 시대의 선명한 빛 속에서는 그 목소리를 정확히 해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신화는 지난 여러 세기에 걸쳐 때로는 적들에 의해, 또 너무 자주 친구들에 의해 여러 번 덧칠 되었으며, 그래서 원래의 형상과 색채가 지닌 떨림은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 위를 덮고 있던 시커먼 때를 벗겨내기 위해 좀 더 작고 개인적인, 내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는 작업을 만들었다. 지겹다고까지 느껴지는 신화의 다른 이면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우리가 잊고 있던, 근본적인 살아 있는 색채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신화이다.여기서 '개인의 신화'는 한 개인을 반영함과 동시에 인간이 공동으로 지니고 있는 원형적 무의식을 건드린다.  신화는 인간 무의식의 논리 과정이 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자유로운 결합이나 반전 혹은 변형의 과정을 거쳐서 스스로를 전개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시대와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지만 수세기에 걸친 역사적 조건의 주체, 즉 우리가 인간 존재라고 부르는 신경정신적 통일체는 지속적으로 남는다. 아돌프 바스티안이 기본적 관념들이라고 기술하고, 융이 집단무의식의 원형이라고 지칭했던 그것은 변화하는 역사적, 문화적 시대의 은유들을 통해 표현된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신화들이 생물학적으로 뿌리내린 추동력이며, 동시에 신화의 내포적 지시대상인 것이다.  신화의 특징상,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 앞에는 원초적인 상태의 사고가 나타나게 되지만, 그것은 나타나면서 바로 숨어버린다.
‌작업은 이런 '이야기하지 않는 듯 이야기해야 하는' 신화의 메커니즘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작업 안에서 신화란 내용적으로는 나 자신의 조각들을 은유하고, 형식적으로는 문학적 텍스트를 통해 드러난다. 금빛 종이 위의 텍스트는 (나의)특정한 마음의 상태들을 내포하는 은유적 언어들의 조직체이고, 박스 안에서 말해지는 문장들은 이 시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귀에서 신화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만을 추린 것이다. 또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지는 속삭임은 이 작업을 하게 된 계기이자 개인적으로 강하게 매료된 책 속의 문장들인데, 이 때의 속삭임은 들릴 수도, 들리지 않을 수도 있는, 저 멀리에서 귀를 간지럽히는 상태로서 존재한다. 지극히 자의적일 수 있는 세 가지 텍스트들은 작업 안을 자유롭게 떠돈다. 그리고 때로는 평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며 때때마다 다른 방식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